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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산선생(박도사)이야기-두번째
1973년 3월 무렵, 부산 동대신동 박 도사의 2층집에는 기관원들이 들이 닥쳤다. 대문 밖에는 검정 지프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온 동네 사람들은 간첩 잡으러 기관원들이 출동한 줄 알았다고 한다. 영문을 모른 채 기관원들에게 체포된 박 도사는 집밖에서 곧바로 헬기로 옮겨져 경남 마산지구의 정보부대인 해양공사 지하실로 끌려왔다. 박 도사를 지하실에 꿇어 앉혀 놓고 정보부대 책임자인 K소령은 “야! 너 도사야! 도사라면 네가 언제 여기를 나갈 수 있는지 알아맞혀봐?” 하고 조롱하듯이 내뱉었다. 너 이제 죽었다는 뜻이었다. 이 말 끝에 박 도사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만 “오후 2시 되면 나간다”고 대답하였다. “이 새끼 여기가 어딘지 알아,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려”하면서 K소령은 구둣발로 박 도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런데 2시가 되자 갑자기 사령부에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 지금 즉시 서울로 이송해 와라”는 오더였다. 깜짝 놀란 K소령은 박도사를 서울로 이송해 가면서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호칭도 ‘이 놈’, ‘저 놈’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호송 헬기 안에서 “제 팔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희 집 아들놈 사주도 한번 봐주십시오.”라는 인생 상담을 정중한 태도로 드려야만 하였다. 서울로 이송된 박 도사는 서빙고 지하실에서 다시 수감되었다. 보안사에서는 중앙정보부의 이후락 부장이 관련한 사건이라서 혹시 중앙정보부에다 박 도사를 중간에 뺏길까봐 취재원을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서빙고에 구금된 박 도사는 보안사 요원들의 취조를 받아야만 했다. 취조의 내용은 이후락과 윤필용이 너에게 와서 대권에 관한 점괘를 물어본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시원한 대답이 안나오자 요원들은 박 도사에게 고문을 가하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박 도사를 데리고 온 K 소령으로부터 박 도사의 신통력을 전해 들었던 까닭에 다른 사람같이 무대뽀로 때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위기의 순간에 박 도사는 서빙고 지하실에 모여 있던 보안사 요원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너희들 지금 나를 때리려고 하는데, 나를 때리면 너희들 다 잡혀간다. 아마 사흘이면 잡혀갈 것이다.” 과연 사흘 후 보안사 요원들 17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모두 체포되었다. 박 도사의 예언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추측컨대 중앙정보부 쪽에서 보안사에 대한 역공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보안사 요원들이 뇌물 혐의로 잡혀갔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박 도사의 영발이 대단한 상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얼이 빠져 있을 위기의 상화에서도 정확하게 자신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빙고 지하실에 있던 박 도사는 다시 강원도 모처의 군부대로 이송되어 9개월간 연금 상태로 지내야만 하였다. 군부대에 연금해 놓은 이유는 보안사에서 정보부에 박 도사를 뺏기지 않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였다. 만약 박 도사가 정보부의 이후락 부장에게로 넘어가면 수사를 가하던 보안사 입장에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156~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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